[부자동네타임즈=조영재 기자] 조정식 국회의장이 7월28일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에 대해 “결국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현행 헌법상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면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을 위한 개헌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국민의힘은 “드디어 이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위한 검은 속내를 드러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6선 국회의원 출신인 조 의장은 이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지낸 친명 핵심 인사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7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개헌에 반대하는 이유로 이 대통령의 임기 연장 문제가 거론된다’는 질문에 “이 문제를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여러 정치적 당사자가 어떻게 합의하느냐에 달린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현직 대통령 연임도 개헌안에서 이슈가 될 텐데, 헌법개정자문위원회나 개헌특위를 통해 의견이 수렴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조 의장은 “내년이 개헌의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그러나 헌법 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선 효력이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된 후 개헌을 통해 연임하려는 것 아니냐’는 야당 공격에 “헌법상 개헌 당시 대통령에게 적용 안 되는 것이 현 헌법에 명시돼 있다”고 했다. 국회의장실은 이날 논란이 커지자 “조 의장은 헌법 제 128조 제2항 내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은 취지와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에선 대통령 연임 관련 발언이 이어져왔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총리 시절이던 2025년 12월 호남 지역 한 강연에서 이 대통령 임기와 관련해 “요새 사람들이 ‘5년이 너무 짧다’고 한다.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2025년 10월엔 이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인 조원철 법제처장이 국회에 나와 “결국 국민이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작년엔 총리, 이번엔 국회의장…친명들 돌아가며 ‘李연임론’ 군불
조정식 국회의장의 연임 개헌 발언은 7월28일 개헌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연장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여야 모두에서 논란이 됐다. 국회의장실 장현주 공보수석은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개헌은 국민적 공감대와 정치권 합의 바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뒷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찐명’으로 불리는 국회의장 입에서 연임 개헌이라는 말이 나온 만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與 일각 “조 의장, 평소 생각 말한 것”
조 의장 측 관계자는 “조 의장이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얼떨결에 평소 생각을 말한 것 같다”고 했다. 친명계 사이에서는 연임 개헌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있어왔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 지지자들도 오래전부터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해소를 위해 공소취소와 연임 개헌에 앞장서라고 친명계 의원들을 압박해왔다. 민주당 한 친명 의원은 “대통령 지지율이 60%가까이 계속 유지되면 총선 때 200석도 가능한 얘기 아니냐”며 “그렇게 국민이 이 대통령의 연임을 바라면 연임을 못할 일은 아니지 않냐”고 했다. 조 의장과 가까운 민주당 인사도 “누군가는 꺼낼 얘기인데 조 의장이 먼저 독배를 마셔준 것 아니겠냐”며 “조 의장은 성품상 ‘이재명 연임은 안된다’는 말은 절대 못할 사람”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조 의장의 국회의장 선출 과정에서 여러 차례 조 의장을 지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조 의장은 ‘명픽’ 의장으로 불려왔다.
청와대는 이날 연임 개헌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의장실에서 의장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굳이 청와대가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유시민도 공소 취소·연임 개헌 우려로 독설”
이 대통령의 임기 문제는 지난 대선 전후 여야의 논쟁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대선 직전인 작년 5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개헌안을 공약으로 발표했는데, 국민의힘이 “장기집권의 여지를 두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헌법 부칙에 개헌은 당시 재임한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권 인사들이 나서서 대통령 임기 연장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김민석 전 총리가 총리 시절이었던 2025년 12월 호남의 한 강연에서 “5년은 너무 짧다고들 한다”고 말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여야 대표와의 만남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개헌 논의에 앞서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국민께 선제적으로 밝혀 달라”고 하자 “야당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한 상태라는 점에서 (연임 개헌은) 불가능하지 않냐”고만 답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즉답을 피했다”면서 “‘연임은 안할 것’이라고 명확하게 답하지 않는 이유를 말하라”고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은 “연임 개헌론은 ‘음모론’”이라고 대응해왔다. 우원식 전 국회의장은 퇴임 직전인 지난 4월 “이 대통령의 연임은 법 체계상 가능하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나왔다. 최근 유시민씨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썩은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한 것을 두고도 여권 내부에선 “유씨 생각은 공소취소와 연임 개헌에 대한 노파심 때문에 한 얘기”라는 말이 많았다. 유인태 전 의원은 이날 조 의장의 연임 개헌 발언에 대해서 ”말 같지 않은 소리“라며 ”욕 나오려고 한다. 어떻게 연임을 하냐“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공소 취소에 대해서는 조금 미련을 가진 것 같은데 버려야 한다. 정권 재창출을 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야지, 임기 중에 거기에 집착하면 더 불안한 상황이 온다”고 했다.
■“연임 개헌, 헌법·국민정서상 불가능”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행 헌법 제128조 2항에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은 개헌안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전직 헌법 재판관은 본지에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가결되더라도 개헌 제안 당시 현직인 대통령에게는 연임 허용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명확한 의미”라고 했다. 헌법학계에서도 이 조항을 그대로 둔 채 대통령 임기 조항만 고치면 이 대통령에게 연임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헌법 제128조 2항까지 개정하거나 부칙으로 새 헌법의 적용 시점을 별도로 규정하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경우에도 현직 대통령의 재출마를 위해 헌법을 고친다는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다. 특히 개헌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200석)의 찬성을 얻은 뒤 국민투표에서도 유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의 161석 민주당으로는 불가능하다.
친명 지지자들은 2028년 총선 때 200석을 만들어 연임 개헌에 나서자는 주장도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는 “설사 이론적으론 임기 연장 조항을 개정할 수 있다 해도 이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훼손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현 정권은 독재의 길로 가기로 작정한 것이냐”며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은 조 의장은 사퇴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국민의 뜻과 헌법 정신을 거스르고 연임 개헌을 추진한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내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조 의장이 이 대통령 연임을 위해 총대를 메기로 한 것이냐”며 “불필요한 갈등이 커지지 않도록 이 대통령 스스로 연임은 없다고 선언하길 바란다”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주식 시장이 패닉인 날, 한쪽에서는 대통령이 연임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고,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이재명 공소 취소’라는 플랜 A가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이재명 연임 개헌’이라는 플랜 B를 준비하는 이재명 정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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