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이현석 기자] 베트남의 심장인 수도 하노이 중심부가 8000여 명의 현지 청년이 뿜어내는 한국 대중음악(K팝)의 열기로 가득 찼다.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베트남센터와 공동으로 지난 7월11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하노이 호안끼엠 도보 거리 일대에서 ‘2026 K팝 러버스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매년 베트남 내 K팝 팬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연례 행사다. 올해는 K팝에 대한 열정을 공유함과 동시에 베트남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함께 녹여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7월11~12일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 도보 거리 일대에서 열린 ‘2026 K팝 러버스 페스티벌’ 에서 베트남 현지인 참가자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주베트남한국문화원 제공
축제 현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으나, 행사장을 가득 메운 인파 가운데 한국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K팝이 단순히 한국 문화를 알리는 단계를 넘어 철저하게 베트남 현지인이 주도하고 향유하는 거대한 자생적 축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줬다.
주말의 호안끼엠 호수 인근 도보 거리는 서울의 한강공원처럼 베트남 시민이 여가를 즐기는 대표적인 휴식 공간이다. 평온하던 도심 공원은 주말 내내 아일릿, 엔믹스, 에이티즈 등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거대한 무대로 변모했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러 나왔던 시민들이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가 하면,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온 일가족이 함께 구경하는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휴대전화로 연신 무대를 촬영하기 바빴다.

7월11~12일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 도보 거리 일대에서 열린 ‘2026 K팝 러버스 페스티벌’ 에서 베트남 현지인 참가자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주베트남한국문화원 제공
현장 관람객은 무대 앞 구역을 질서 있게 지키면서도, 각자 좋아하는 아이돌의 무대 의상을 재현해 입고 축제를 즐겼다.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한국어로 설정한 청년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무대 전환 시점마다 관람객은 한국어로 “하나, 둘, 셋”을 외치며 호응했다. 주말 휴식을 반납하고 행사장을 찾았다는 대학생 응우옌 티 흐엉(25)은 “한국 노래가 너무 좋아 아침 일찍부터 구경하러 왔는데, 무대를 보는 내내 재미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대중음악 산업 전체가 단순한 모방을 넘어 K팝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이식하는 현상도 뚜렷하게 관찰된다. 12일 저녁 무대에는 에릭, 마이퀸 등 베트남 인기 가수가 출연해 자국 대중음악인 V팝(V-POP)을 선보였다. 최근 베트남 음악계는 K팝 특유의 군무와 화려한 퍼포먼스, 체계적인 시각 효과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며 자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과거 K팝이 일방적으로 수입되던 단계를 지나, 이제는 현지 음악 시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지향점으로 진화한 것이다.

7월11~12일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 도보 거리 일대에서 열린 ‘2026 K팝 러버스 페스티벌’ 에서 베트남 현지인 참가자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주베트남한국문화원 제공
이 축제의 무대는 현지 청년에게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으로 직행하는 실질적인 등용문 역할도 하고 있다. 11일 열린 커버 댄스 경연에는 하노이와 호찌민에서 각각 지역 예선을 거쳐 올라온 6개 팀씩, 총 12개 팀이 참여해 실제 아이돌에 버금가는 기량을 겨뤘다. 치열한 경쟁 끝에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은 3개 팀 소속 청년들은 무대 위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대회에서 최종 우승한 매드엑스(MAD-X) 댄스 크루는 상금과 함께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2026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 월드 파이널’ 무대에 오를 자격을 얻었다. 다음 날 열린 보컬 대회 우승자에게는 한국 대형 기획사에서 직접 연수를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베트남 내 K팝 열풍이 청년 세대의 실질적인 목표이자 거시적인 문화 산업 교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박찬아 한국문화원장은 “이번 페스티벌이 베트남과 전세계 K팝 팬을 연결하고, 양국 국민이 K팝과 V팝을 함께 즐기는 문화 교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7월11~12일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 도보 거리 일대에서 열린 ‘2026 K팝 러버스 페스티벌’ 에서 베트남 현지인 참가자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주베트남한국문화원 제공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K팝 커버 댄스 팀들의 공연이었다. 하노이와 호찌민에서 선발된 12개 실력파 댄스 팀이 무대에 올라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선보였다. 특히 동방신기, 보아, 엑소, 세븐틴 등 K팝 정상급 아티스트들의 안무를 담당했던 유명 안무가 구영백이 현장을 찾아 특별 공연을 펼치고 팬들을 위한 댄스 워크숍을 진행해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메인 무대에서는 노래 경연대회 결선 진출자 13명이 현지 유명 가수인 에릭(Erik), 마이퀸(Maiquinn)과 함께 히트곡을 부르며 축제 열기를 고조시켰다. 이 밖에도 행사장은 K-팝 테마의 포토존, 한국 관광 체험관, 한국 전통 민속놀이 등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으로 채워졌다.
주베트남 한국문화원 측은 베트남의 젊은 K-팝 팬들이 세계적인 무대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4년 연속으로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K-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양국 청년들이 문화적 연대를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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