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의적 말씀”, “北 주적 변함없다”…사면초가 놓인 통일부

조영재 기자 / 기사승인 : 2026-08-09 17: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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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에 이견만 드러나…남북 관계 타개를 위해 ‘도전적’ 대북 정책 쏟아 냈으나 정부 내부서 이견만 돌출

[부자동네타임즈=조영재 기자] 통일부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리고 있다. 풀리지 않는 남북 관계를 타개하기 위해 ‘도전적인’ 대북 정책을 쏟아냈지만 오히려 정부 내부에서 이견만 돌출하고 있어서다. 새로운 대북 정책 아이디어로 제시한 ‘페이스메이커 플러스’를 두고 외교부는 “조율되지 않았다”며 공개 비판했다.

 

‘북한 주적 용어 대체’를 제안하자 국방부는 “주적(主敵)에 변함은 없다”고 못 박았다. 북한을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자는 제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신중한 태도를 주문했다. 이러한 부처 간 엇박자가 오히려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미국과 소통하고 남한은 봉쇄한다) 시도만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8월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정 장관은 통일부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을 '이상주의'라고 평가한 조현 외교부 장관 발언에 대해 "이상이 있어야 현실을 바꾼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통일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논의에 착수하고, 북·미(北美) 정상회담 견인과 함께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라인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다자 대화는 여러 국가가 관여되는 만큼 미·중(美中)과 사전 교섭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이 생략된 채 정부 정책이 먼저 나온 것에 난감함을 표했다. 북·미 대화도 어려운데 4자 대화를 논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회의적 시각도 다분하다.

 

한·미(韓美) 정상 차원의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구상을 범정부 차원의 ‘페이스메이커 플러스’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은 통일부의 독주로 비치고 있다. 이 구상은 관계부처 간 조율과 협의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발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사전 논의되지 않은 대북 정책을 설명하는 일도 외교부엔 부담이 되고 있다.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해서는 당사자인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부처 간 미합의 정책이 먼저 발표되면 미국의 혼선을 키운다.

 

실제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미측은 통일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정부 설명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4자 대화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이상주의에 근거한 희망이라 해도 아직 조율되지 않은 방법”이라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이상적인 말씀이니 디스카운트해 달라”고 선을 그었다. 통일부의 구상이 실제 이행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라는 취지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 측은 이날 “어려운 환경에서 평화를 만들기 위한 작은 기회라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보고를 한 것”이라며 “이러한 자세와 접근은 이상주의가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통일부는 국방부와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는 주적이란 표현이 대결·혐오를 조장한다며 용어를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평화공존을 추구하면서 주적이란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마저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자는 정 장관 주장에 대해 전날 업무보고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일”이라며 자제시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원보이스’가 깨지는 상황이 북한의 ‘남한 패싱’에 더 확신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 내부의 정책 갈등을 보며 ‘역시 남조선과의 관계 개선은 실익이 없다’는 기존 인식을 공고히 하며 강대국 외교에 집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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